성창훈 사장 "디지털화폐 등장은 화폐 제조자엔 위기이자 기회"

입력 2024-01-30 18:47   수정 2024-01-31 00:29

“현금 없는 사회의 도래, 디지털화폐의 등장은 조폐공사에는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화폐를 단순 제조하는 기존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정보통신기술(ICT) 및 법정금화 발행까지 영역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사진)은 취임 100일을 맞아 30일 대전 가정동 본사에서 진행한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성 사장은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경제구조개혁국장과 장기전략국장 등을 지냈다. 기재부 정책조정국에 오래 근무한 ‘정책통’ 관료다. 지난해 10월 13일 제25대 조폐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지난 20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6·25전쟁 중이던 1951년 설립된 조폐공사는 지폐와 동전을 비롯한 화폐와 주민등록증, 여권 등을 제조하는 국내 유일한 제조 공기업이다. 성 사장은 화폐 수요가 사라지는 ‘현금 없는 사회’가 다가오면서 공사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현금결제 비율은 2016년 22.8%에서 2021년 14.6%로 크게 감소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도입을 준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도 커다란 위협 요인이다.

성 사장은 화폐를 만들고 발주에 의존하던 과거 사업구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폐공사도 수년 전부터 모바일 신분증과 지역사랑상품권 제조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성 사장이 제시한 조폐공사의 미래 비전은 ICT와 법정금화 발행을 앞세운 ‘조폐의 산업화’다. 화폐 제조를 통해 쌓은 첨단 위변조 방지 기술을 앞세워 모바일 신분증, 상품권,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두 명의 사업담당이사 중 한 명을 ICT 전담이사로 지정하는 등 ICT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핵심 과제는 액면가가 표시된 법정금화인 ‘불리온 주화(bullion coin·예술형 주화)’ 도입이다. 불리온 주화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예술형 기념주화의 일종이다. 통상 불리온 주화는 각국 중앙은행이 자국을 상징하는 동식물 등을 소재로 발행하고, 그 순도와 무게를 보증한다. 미국의 이글(독수리), 캐나다의 메이플(단풍잎), 중국의 판다, 호주의 캥거루 주화가 대표적이다. 성 사장은 “불리온 주화는 금, 은, 백금 등으로 만들기 때문에 귀금속 시세가 판매가격에 반영된다”며 “액면가와 상관없이 판매되기에 주화 수집을 위한 수요뿐 아니라 실물 가격을 감안한 재테크로서의 투자 가치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조폐공사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등 주요 6개국의 불리온 주화 시장 규모는 연 20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선 아직 불리온 주화를 공식적으로 발행하지 않고 있다. 불리온 주화를 발행하려면 기재부 승인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 사장은 “불리온 주화는 국가 상징물을 통한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기여하고 문화·수출산업으로서도 적잖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허세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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